2층 전용펜션 — 창이 벽의 절반인 방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짧습니다. 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나오는데, 첫눈에 드는 것은 창입니다. 벽의 절반이 유리라서 방 안에 서 있어도 밖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거실에는 낮은 소파와 작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소파에 몸을 기대면 시선이 자연히 창밖으로 갑니다. 산이 가까워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구분되고, 바람이 지나가면 잎이 한꺼번에 흔들립니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바깥의 소리가 층을 타고 올라옵니다.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방 안에는 텔레비전이 있지만, 이 집에서는 잘 켜지 않게 됩니다.
이 층은 독채처럼 쓰입니다. 다른 손님과 마주치지 않고, 문 하나로 거실과 방과 욕실이 이어집니다. 가족이 오면 아이들은 거실을 차지하고, 어른들은 창가 자리를 잡습니다. 그 나눔이 자연스럽게 됩니다.
거실 한쪽에는 작은 서재 자리가 있습니다. 책 몇 권과 조명 하나가 놓여 있고, 소파에 기대어 읽기에 좋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이 자리가 그림 그리는 곳이 되고, 어른이 있으면 말없이 앉아 있는 곳이 됩니다.
주방은 거실 한쪽에 붙어 있습니다. 원목 카운터가 길게 이어지고 냉장고와 조리대가 한 줄로 서 있습니다.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 충분하고, 무엇보다 창을 등지고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습니다. 요리를 하면서도 바깥을 볼 수 있습니다.
거실 벽에는 큰 창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낮에는 이 창으로 들어온 빛이 마루에 네모를 그리고, 오후가 되면 그 네모가 천천히 방 안을 가로질러 갑니다. 시간을 시계로 보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빛입니다.
침실은 두 칸입니다. 문을 열면 침대와 원목 옷장이 있고, 창이 하나 있습니다. 방이 크지 않은 대신 창이 커서 답답하지 않습니다. 잠들기 전에 불을 끄고 창을 보면, 바깥이 생각보다 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침실 창에는 커튼이 달려 있습니다. 낮에는 걷어 두고, 밤에는 내립니다. 커튼을 걷으면 방이 두 배로 넓어 보이고, 내리면 다시 아늑해집니다. 같은 방이 시간에 따라 두 번 다르게 쓰입니다.
욕실은 회색 타일로 정돈되어 있습니다. 세면대와 거울, 샤워 공간이 한 줄로 배치되어 있어서 아침에 여럿이 움직여도 부딪히지 않습니다. 수건을 걸어 두는 자리도 넉넉합니다.
테라스로 나가는 문은 미닫이입니다. 열어 두면 거실과 테라스가 하나로 이어지고, 바람이 방 안까지 들어옵니다. 여름 저녁에 이 문을 열어 두고 앉아 있으면,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분이 사라집니다.
2층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테라스입니다. 난간 너머로 산이 펼쳐지고, 그 아래로 개울이 흐릅니다.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으면 마을의 지붕들이 손바닥 안에 들어옵니다. 커피 한 잔이면 한 시간이 금방 갑니다.
테라스에 서면 소리가 달라집니다. 아래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위에서는 배경처럼 깔립니다. 바람이 난간을 스칠 때 나는 소리도 여기서만 들립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은 자리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이 층에서 꼭 해 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해 질 무렵 테라스에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것입니다. 십 분쯤 지나면 먼저 말을 꺼내는 쪽이 생깁니다. 그 말이 그날의 기억이 됩니다.
1층 입구에는 테라스식당이 있습니다.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서 다른 손님과 자리를 섞이지 않고 식사와 바베큐를 할 수 있습니다. 큰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어 여럿이 둘러앉기에 좋습니다.
2층에는 간단한 음료와 과일을 두고 쉬는 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밥을 먹는 자리와 쉬는 자리를 나눠 두면 하루의 리듬이 생깁니다. 식사는 아래에서, 이야기는 위에서. 이 집은 그렇게 쓰도록 지어져 있습니다.
저녁에는 아래 테라스식당에서 고기를 굽습니다. 연기가 난간을 넘어가고, 그 냄새가 2층까지 올라옵니다. 배가 고파지는 냄새입니다. 식탁에 둘러앉으면 대화가 길어지고, 아이들은 자리를 떠나 거실로 갑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해가 지면 2층 창이 거울이 됩니다. 방 안의 불빛이 유리에 비치고, 그 너머로 산의 윤곽이 남습니다. 이 시간에는 조명을 낮추는 편이 좋습니다. 방이 어두워질수록 바깥이 선명해집니다.
잠들기 전에 불을 다 끄고 창밖을 한 번 보십시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숫자의 별이 있고, 그 아래 마을의 불빛이 몇 개 남아 있습니다. 방이 어두울수록 바깥이 밝아지는 것을 이 층에서 처음 알게 됩니다.
아침에는 테라스로 나가 보십시오. 산 아래에 안개가 남아 있고, 개울에서 물소리가 올라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그 십 분입니다.
이용 안내를 한 줄 덧붙입니다. 2층 전용펜션은 기본 4인 기준에 평일 25만원·휴일 35만원, 1인 추가에 2만원이며 최대 10인까지 받습니다. 10인을 넘으면 1층 황토방(최대 5인)을 별도로 빌리실 수 있고, 전체 15인을 넘는 단체는 김작가와 전화로 상담하신 뒤에 예약하시면 됩니다.
김작가사진이야기펜션은 경남 의령군 궁류면 청정로 1209-64, 봉황대 앞에 있습니다. 2층은 하룻밤 묵는 방이고, 1층 황토방은 온기와 한옥의 결을 남긴 촬영실입니다. 두 층이 한 집에 있어서 사진과 하루를 함께 가져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