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황토방 — 아궁이 앞에 앉으면 말이 줄어듭니다
청정로를 따라 올라가면 봉황대가 먼저 보이고, 그 아래에 벽돌 담장을 두른 집이 하나 있습니다. 김작가사진이야기펜션입니다.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자동차 소리가 뚝 끊깁니다. 그 조용함이 이 집의 첫인사입니다.
마당에는 나무와 화분이 놓여 있고, 담장 너머로는 산자락이 보입니다. 짐을 든 채로 잠깐 서 있으면 어디서부터 둘러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됩니다. 그럴 때는 신발부터 벗으라고 말합니다. 이 집은 마당보다 방이 먼저입니다.
1층 문을 열면 황토 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흰 미장 위에 곡선이 남아 있어서 벽이 반듯하지 않고, 그 조금 삐뚤한 선이 방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사진으로 담으면 결이 살아나고, 그냥 앉아 있으면 벽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발을 디디면 온기가 올라옵니다. 황토방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순간입니다. 겨울에는 이 온기가 방 하나를 통째로 데우고, 여름에는 반대로 눅눅함을 잡아 줍니다. 에어컨 소리보다 이 온기가 먼저 기억에 남습니다.
천장에는 나무 들보가 가로로 걸려 있고, 그 아래로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해가 지면 이 전구들이 하나씩 켜지는데, 밝기가 세지 않아서 방이 노랗게 익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이 빛을 그대로 두는 편이 좋습니다.
벽 한쪽에는 아궁이처럼 생긴 흰 구조물이 있습니다. 곡선으로 부풀어 오른 모양이 낯설면서도 정겹습니다. 이 앞에 앉으면 등이 따뜻하고, 마주 앉은 사람 얼굴에 불빛이 닿습니다. 말이 줄어드는 자리입니다.
방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벽이 하나 있고, 그 벽을 따라 앉을 자리와 놓을 자리가 나뉩니다. 단순한 공간은 사진을 찍을 때 편합니다. 소품을 더할 필요가 없고, 사람이 어디에 앉든 배경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의 한가운데에는 둥근 원목 테이블이 있습니다. 네 사람이 둘러앉아도 팔이 닿지 않을 만큼 넉넉하고, 테이블 위에 다과를 올려놓으면 그 자체로 사진이 됩니다. 벽 쪽 서가에는 책이 꽂혀 있어서, 한 권 꺼내 앉으면 오후가 조용히 지나갑니다.
창은 아치형입니다. 네모난 창과 달리 위가 둥글어서 바깥 풍경이 액자처럼 들어옵니다. 낮에는 초록이, 저녁에는 노을이 그 안에 걸립니다. 창가에 서서 밖을 보면 마당의 나무와 담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겹칩니다.
마루의 높이는 앉았을 때 무릎이 자연스럽게 굽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서 있는 사람과 앉은 사람의 눈높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명이 사진을 찍을 때 이 높이 차이가 표정을 편하게 만듭니다.
1층에서 가장 오래 앉아 있게 되는 곳은 툇마루입니다. 기와 처마가 머리 위를 덮고, 서까래 끝에 매달린 등이 마루를 은은하게 비춥니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발을 늘어뜨리면 시간이 느려집니다.
툇마루 안쪽에는 원형 창이 하나 있습니다. 달창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동그란 창으로 방 안이 들여다보이고, 반대로 방 안에서 보면 마루가 동그랗게 잘려 보입니다. 이 창 앞에서 찍은 사진은 어느 각도에서도 다릅니다.
마루와 방 사이에는 목문이 하나 있습니다. 닫으면 방이 되고 열면 마루로 이어집니다. 문턱이 낮아서 어르신이 지나시기에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이 문을 반쯤 열어 두면 방과 마루가 한 화면에 겹칩니다.
부엌은 마루 옆에 붙어 있습니다. 창가를 따라 긴 싱크대가 놓여 있고, 그 앞에 서면 마당이 내려다보입니다. 물을 받으면서도 바깥을 볼 수 있어서, 설거지가 일이 아니라 잠깐의 쉼이 됩니다.
황토방 뒤편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습니다. 벽과 바닥을 회색 타일로 마감해서 물이 튀어도 미끄럽지 않고, 큰 창이 있어서 문을 닫아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씻길 때 이 창이 특히 좋습니다. 물놀이를 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산이 보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십시오. 담장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집 뒤편이 나오고, 거기서 본 집은 앞에서 본 집과 다릅니다. 기와의 선과 창의 비율이 이쪽에서 더 잘 보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 자리를 오래 서성입니다.
해가 지면 집이 달라집니다. 마루 등과 방의 전구가 한꺼번에 켜지고, 기와 처마 아래가 주황색으로 물듭니다. 이 시간에 마당에 서 있으면 집 전체가 등불 하나처럼 보입니다. 사진으로 남기면 낮보다 훨씬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장면입니다.
밤에는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합니다. 벌레 소리와 물소리 말고는 들리는 것이 없습니다. 전구 불빛이 낮게 깔려 있어서 서로의 얼굴이 잘 보이고, 목소리도 자연히 낮아집니다. 이 집에서 가장 값비싼 것은 이 시간입니다.
아침은 창으로 시작됩니다. 아치 창으로 빛이 길게 들어와 마루를 가로지르고, 그 빛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커피를 한 잔 내려 마루에 앉으면, 어제의 피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만큼 몸이 가볍습니다.
이 황토방은 그냥 묵는 방이 아닙니다. 한옥 느낌의 촬영실로도 쓰입니다. 칠순·팔순을 앞두신 부모님께 한복을 입히고 이 마루에 앉히면, 배경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벽과 창과 마루가 이미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서 이 공간이 반가운 이유는 빛이 고르기 때문입니다. 아치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벽에 한 번 부딪혀 부드러워지고, 전구가 그 위에 온기를 더합니다.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아서 어르신 사진이 특히 잘 나옵니다.
이용 안내를 한 줄 덧붙입니다. 1층 황토방은 별도 인원으로 관리하며 최대 5인까지 받습니다. 2층 전용펜션은 기본 4인 기준에 평일 25만원·휴일 35만원이고 1인 추가에 2만원입니다(최대 10인). 2층이 10인을 넘으면 1층을 별도로 빌리실 수 있고, 전체 15인을 넘는 단체는 김작가와 전화로 상담하신 뒤에 예약하시면 됩니다.
김작가사진이야기펜션은 경남 의령군 궁류면 청정로 1209-64, 봉황대 앞에 있습니다. 1층 황토방은 온기와 한옥의 결을 그대로 남긴 방이고, 2층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